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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의 시네마 Talk Talk] <최종병기 활〉은 표절인가?
김한민 감독 최종병기 활(2011)
2011년 10월 05일 (수) 16:37:03 김병철(영화) 교수 deupress@deu.ac.kr
   
  모든 문화적 생산물을 만드는 데에는 창의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간주된다. 하지만 그 창의력은 그리 쉽게 얻어질 수 없는 것이다. 모든 창작자들은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하지만 그 노력들이 곧바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그때 다른 성공적인 결과물로 눈길을 돌리는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저작권 개념이 자리잡아가는 현재에 표절은 단순히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도덕적인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적인 문제 등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표절에 대해서 가장 민감한 것은 대중음악 분야일 것이다. 가요에서는 매년 빠지지 않고 여러 건의 표절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음악에서는 주요동기의 일정부분이 얼마나 유사한가와 같은 표절 여부를 가리는 판정규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의 경우 표절이란 상당히 모호할 수밖에 없다. 음악은 음정과 박자라는 추상적인 요소로 이루어졌고, 이들은 악보라는 역시 추상적인 방식으로 표시된다. 따라서 그것이 다양한 편곡과 같은 변화들에 의해 그 유사성이 흐려진다고 할지라도 표절을 판정할 여지가 있다. 반면 영화의 이미지는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아이디어나 콘셉트 정도로는 그 유사성을 주장하기가 힘들다. 또한 영화는 현대예술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들, 즉 패러디, 인용, 오마주 등을 공공연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그 누구도 이러한 기법들을 가리켜 표절이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오마주는 과거의 유명한 걸작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그 작품을 연상시킬 수 있는 장면을 포함시키는 것을 말한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자신의 영화 〈언처터블(1987)〉에서 소련의 전설적인 감독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의 영화 〈전함 포템킨〉의 오뎃사 계단 시퀀스를 연상시키는 한 장면을 영화에 포함시킴으로써 에이젠슈테인 감독에 대한 자신의 존경심을 표현했다. 또한 영화는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유사한 이야기라는 장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적으로도 표절이라는 혐의를 쉽게 던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영화는 기본적으로 다른 작품들과의 활발한 교류와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표절에 대한 의혹제기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의혹제기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법적인 소송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표절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표절이 그리 쉽게 밝혀질 수 없고 명백하게 그 책임소재를 밝히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영화계의 근본적인 토양을 약화시키고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여러 네티즌들은 요즘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흥행몰이에 성공한 영화 〈최종병기 활〉(이하 〈활〉)은 멜 깁슨 감독의 2006년 작품 〈아포칼립토〉를 표절했다는 혐의를 제기하고 있다. 사실 이미지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잉카문명을 배경으로 하는 〈아포칼립토〉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활〉 사이에는 거의 아무런 유사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와 그 구성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이 두 편의 영화 사이에 상당한 유사성이 존재한다.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세력에게 자신의 사랑하는 여인이 납치되고 주인공이 자신이 가진 최고의 힘을 발휘하여 그녀를 구원한다는 이야기는 사실 표절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 민망할 만큼 흔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구체적인 차원으로 넘어가면 단순한 장르적 유사성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두 편의 영화는 닮은 구석이 많다. 예를 들어 주인공은 자신을 추격해오는 적들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가는데 이 과정이 대단히 흡사하며 호랑이가 습격해서 주인공을 절대절명의 순간에 구해주는 것 역시 흡사하다. 이 외에도 이 두 영화에는 너무나 많은 유사성들이 존재한다. 〈활〉은 〈아포칼립토〉를 표절한 영화인가? 오래전부터 충무로에서 사용되던 말 중에는 `우라까이'란 것이 있다. 이는 핵심은 똑같지만 표현을 살짝 돌려서 말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던 일본식 표현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화는 완전히 동일한 내용이나 완전히 동일한 표현방식들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유사성을 표절이라고 볼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져있지 않다. 또한 장르나 반복성 등의 이유로 해서 실제 표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나 과도한 유사성은 관객들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영화계의 창의적인 풍토를 저하시키는데 일조를 하기 마련이다. 오랜만에 관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영화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영화의 등장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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