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4 화 10:54
> 뉴스 > 문화 · 정보 | 김병철의 시네마 Talk Talk
     
[김병철의 시네마 talk talk] 도둑들, 천만 관객의 신화
2012년 09월 10일 (월) 17:57:08 김병철(영화) 교수 deupress@deu.ac.kr
   

 최동훈 감독의 네 번째 영화 〈도둑들〉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사실 천만 관객이라는 수치는 그리 쉽게 와 닿지는 않는다. 사회 각 분야의 인플레로 인해 천만이라는 숫자가 그리 낯선 것은 아니게 되었지만, 5천만이라는 우리의 인구수를 생각해보면 여전히 천만 관객은 낯설기만 한 숫자에 가깝다. 총 인구의 1/5이 본 영화라니.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없는 인구의 수를 고려한다면, 이러한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총 인구에는 포함되지만 유아나 노인들이 극장의 유료관객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단순한 한 편의 영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어떤 측면을 반영하거나 혹은 사회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 문화적 현상이라는 위상을 부여받곤 한다. 마치 2002년 월드컵 당시의 거리응원이나 붉은 악마의 경우가 그러했던 것처럼. 하지만 〈도둑들〉의 경우, 영화 내적인 측면에서 어떤 사회적 함의를 발견하는 것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도둑들〉은 전형적인 장르영화이기 때문이다.
 〈도둑들〉의 경우처럼 한 건의 범죄(대부분 절도)행위 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영화들을 하이스트 필름(heist film) 혹은 케이퍼 무비(caper movie)라고 부른다. 이는 범죄영화라는 장르의 하위 장르로서 주로 할리우드에서 많이 만들어지는 영화에 해당한다. 할리우드에서 시리즈로 계속 제작된 〈오션스 11〉같은 영화가 이에 해당한다. 장르영화란 특정한 유형(그것은 이야기의 유사성일 수도 있고, 영화적 스타일의 유사성일 수도 있다)이 반복해서 만들어지고, 그것들을 고정적으로 즐기는 관객층이 형성될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결국 영화와 관객 사이에 일종의 암묵적 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의미한다. 반복되는 특정한 유형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과 그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영화의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의 장르가 성립되었다는 의미는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 찾으려고 하는 특정한 요소가 구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비평은 바로 이런 요소들 속에서 사회, 문화적 함의들을 찾으려는 시도를 한다. 예를 들어 갱스터 영화라는 장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성공에 대한 욕망과 그 좌절이라는 내재적인 의미를 찾아내곤 한다. 이러한 해석은 영화의 스토리나 캐릭터와 같은 내적인 요소와 그것이 많이 만들어지고 흥행이 되는 당대의 사회, 경제적 분위기를 종합적으로 결합하여 내리게 된다.
 하지만 모든 장르가 반드시 이러한 명확한 사회적, 문화적 함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케이퍼 무비 역시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 장르는 일종의 전문가 영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범죄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영역에서 얼마나 빼어난 솜씨들을 현란하게 보여주는가가 영화의 핵심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이퍼 무비가 인기를 끈다는 것은 결국 범죄영화라는 장르가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인기를 끌어서 그것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는 정도로 의미가 국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화 〈도둑들〉은 이러한 케이퍼 무비의 전형적인 패턴을 충실하게 따른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각각 저마다의 특화된 도둑 기술들을 갖고 있다. 범죄의 기획자인 마카오 박(김윤석 분), 또 다른 기획자인 뽀빠이(이정재 분), 금고털이 팹시(김혜수 분), 와이어를 이용한 침입 전문 예니콜(전지현 분), 그와 한 조를 이루는 잠파노(김수현 분), 바람잡이인 씹던껌(김해숙 분) 등 총 9명의 도둑들은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대형 절도 모의에 가담한다. 영화는 이들의 서로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와 그들이 보여주는 현란한 테크닉을 따라가며 보여준다. 사실 장르의 공식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고, 한국과 홍콩의 스타배우들이 여러 명 출연하고 있으며, 각 캐릭터의 매력들이 잘 살아있다는 점에서 도둑들이 최근의 한국영화를 이끌고 온 이른바 웰메이드 영화의 흐름을 현명하게 계승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바로 여기서 의문이 제기된다. 할리우드의 장르공식을 충실하게 따르는 이 영화가 어떻게 하나의 거대한 사회, 문화현상으로 떠오르게 되었는가? 과연 지금 대한민국의 관객들은 〈도둑들〉에서 어떤 영화적 쾌감을 얻는 것이고, 자신들의 어떤 욕망들을 대리충족 하는가? 천만 관객을 넘겼다는 기록적인 흥행을 거두고 있는 영화 〈도둑들〉은 영화 밖의 또 다른 질문을 제기한다.

ⓒ 동의대신문(http://www.deupress.or.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최근 인기기사
요르단 내 시리아 난민 학교 건립
꼴뚜기
거북이
산업디자인전공 27명 각종대회 수
부산진구와 지역발전포럼 창립
동문 교수 및 직원 장학금
태권도진흥재단과 업무 협약
`올해의 대학박물관' 수상
디그니타스교양교육연구소, 명사 특
[잡(JOB)서포터즈 알짜정보]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614-714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엄광로 176번지 동의대학교 상영관 3층 동의언론사 신문편집국
Tel 051-890-1792~3 | Fax 051-890-1819
Deupress.or.kr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2008 동의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eupress@de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