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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영화의 흥행
2013년 03월 05일 (화) 16:19:30 김병철(영화) 교수 deupress@deu.ac.kr

 

   

1월 23일 개봉한 이환경 감독의 영화 〈7번방의 선물〉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 8번째로 천만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가 된 셈이다. 7번방의 선물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를 갖는다고도 볼 수 있다. 〈도둑들〉, 〈괴물〉,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해운대〉, 〈실미도〉, 〈광해〉와 같이 기존의 천만관객 돌파 영화들은 상당한 규모의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이거나,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이거나, 아니면 국제적인 인지도를 가진 감독이 연출한 영화들이었다.(물론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는 약간 예외적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이 작품은 기존의 사극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낯선 구경거리들과 여장 남자와 동성애와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담고 있었다.) 반면에 〈7번방의 선물〉은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 스타 배우의 부재(이 작품의 주연인 류승룡은 출연작들의 연이은 흥행 성공으로 명실상부한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겠으나, 사실상의 원 톱 주인공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로 인해서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예외적인 성공의 원인은 무엇일까? 영화 전문지인 『씨네 21』은 이 영화가 거둔 놀라운 성공의 원인을 다음 세 가지 요인에서 찾고 있다. 첫 번째는 개봉 시기, 두 번째는 배우, 세 번째는 장르. 이중 첫 번째와 세 번째 요인은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즉, 이 영화는 상대적으로 강한 경쟁 상대와 맞붙지 않았고,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가 개봉한 시기는 전통적으로 한국에서 최고의 흥행 시기라고 알려져 있는 설 연휴를 포함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흥행이 잘 되는 시기는 설 연휴, 여름 방학, 그리고 추석 연휴이다. 이중 여름 방학은 일반적으로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와 같은 대작들이 주로 인기를 끄는 시기이다.

   
반면에, 전통명절인 설과 추석 연휴는 가족들이 함께 극장을 찾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남녀노소의 관객들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 강세를 보이곤 했다. 따라서 가족들이 함께 극장을 찾는 시기에 맞추어 개봉한 가족영화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이라고 간주된 배우들 역시 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6살 지능의 아버지 역할을 맡은 류승룡은 이미 40대에 접어들었고, 조각 같은 외모를 지닌 미남도 아니라는 점에서 남성스타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는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냄으로써 오히려 전형적인 남성스타가 갖는 아우라를 벗어던지고 이를 바탕으로 친근함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진정한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린 예승 역할의 갈소원은 예쁜 외모와 사랑스런 미소로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얼핏 어울리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이 부녀는 놀라운 호소력을 발휘하면서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요인들 외에도 이 영화의 흥행을 영화 외적인 사회 분위기와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도 있을 것이다. 작년부터 계속된 이른바 힐링 열풍도 이 영화가 거둔 성공과 관계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경제위기, 이른바 중산층의 몰락이라는 말로 표현되곤 하는 경제 양극화, 불안한 사회상황 등으로 인해서 우리 사회의 스트레스 치수는 날이 갈수록 치솟기만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 출판 등에서 이른바 상처받은 삶,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치유하려는 프로그램들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들은 때로는 멘토의 목소리를 빌려 위안의 말을 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들의 상처와 아픔을 드러내 보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이 영화에서도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한동안 대세를 이루었던 강한 영화들의 자리를 이른바 착한 영화들이 차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관객들이 영화에서 강한 자극을 찾거나 날카로운 시선을 느끼기 보다는 영화를 보며 같이 공감하며 치유 받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착한 영화의 득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들은 아직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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