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4 화 10:54
> 뉴스 > 문화 · 정보 | 김병철의 시네마 Talk Talk
     
[시네마톡톡] 어두운 누아르의 세계
2013년 04월 15일 (월) 18:20:54 김병철(영화) 교수 deupress@deu.ac.kr

   
 한 때 홍콩영화는 전 세계, 아니 전 세계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전 아시아를 호령했었다. 홍콩의 유명 스타들은 전 아시아권의 스타였고, 그 중에서 이소룡과 성룡과 같은 배우들은 아시아권을 넘어서 최초로 그전까지는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불리던 할리우드에 입성하기도 했다. 물론 홍콩영화를 이런 화려한 성공으로 이끈 것은 쿵푸영화 혹은 무협영화라고 불리던 액션 장르였다. 하지만 80년대 들어서 홍콩 영화계는 전 세계에 수많은 열렬 팬들을 몰고 다닌 새로운 흥행 장르를 만들어냈다. 홍콩 누아르라 불리던 영화들이 바로 그에 해당한다. 오우삼 감독이 이끌던 이 장르는 주윤발, 장국영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이끌고, 중국 반환을 눈앞에 둔 홍콩인들의 불안과 어두운 심리들을 자극적이고 과장된 정서로 포장해냈다. "강호의 의리가 땅에 떨어졌다"는 약간은 시대착오적인 대사를 날리며 비장하게 죽음과 맞서는 영웅들의 현란한 액션은 전 세계 영화 팬들을 사로잡았다. 과거 2차 대전 이후의 불안한 사회상을 어두운 화면으로 표현했던 필름 누아르 장르는 홍콩으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전 세계 영화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홍콩 누아르는 홍콩 영화계의 악습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날림제작과 과도한 자기복제로 인해서 그 수명이 길지 못했다. 혼자 힘으로 홍콩 누아르 장르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오우삼 감독은 홍콩을 떠나 할리우드로 진출했다. 그렇게 사라져버릴 것 같았던 홍콩 누아르는 2000년대 들어서 새롭게 부활했다. 그 중심에는 유위강, 맥조위 감독의 공동연출 작품인 〈무간도〉가 있었다. 경찰에 위장 잠입한 갱 조직원 그리고 갱 조직에 위장 잠입한 경찰, 이 두 주인공의 위험한 임무와 그들의 불안을 감각적이면서도 차분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전 세계 영화팬들의 호평을 받으며 크게 성공하고, 그 후속작들이 계속 이어지게 되었다. 이 작품의 성공은 거기에서 머물지 않았다. 현재 할리우드 최고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마틴 스콜세지는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작품 〈디파티드〉를 만들었고, 이 작품으로 생애 첫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새롭게 등장한 홍콩 누아르라고 평가받는 〈무간도〉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의 홍콩 누아르와는 차별된 면모를 보인다. 과거의 영화들이 직접적이고 행동을 통해서 전달하고, 인물의 내면적 불안은 직접적인 폭력을 통해 폭발하는 식이었다면, 〈무간도〉로 대표되는 새로운 홍콩 누아르는 보다 절제되고 간접적으로 인물들의 정서와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또한 보다 전통의 필름 누아르와 유사한 어둡고도 표현적인 화면을 만들어냄으로써 어두운 심리와 사회를 효과적으로 반영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무간도〉를 떠올리게 만든다. 폭력 조직에 위장 잠입한 경찰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도 그러하고, 절제된 무채색의 화면으로 인물들의 심리를 상대적으로 담담하게 그려내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위장잠입 즉 언더커버라는 모티브는 이러한 장르영화에서 종종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이 두 영화의 유사성에 대해 언급하거나 표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성급한 일인 것처럼 보인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두 작품이 보여주는 정서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통해서 한국형 누아르의 새로운 가능성이 어떤 것인가를 찾아보는 일일 것이다. 〈신세계〉의 경우는 〈무간도〉보다 더 전통적인 범죄물과 누아르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자성(이정재 분)이라는 단독 주인공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권력의 부침을 그려냄으로써 위험에 처한 인물들의 내면 묘사에 치중한 〈무간도〉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고 볼 수 있다. 즉, 〈무간도〉의 범죄세계가 불안한 심리를 반영한 지옥도라면, 〈신세계〉의 범죄세계는 현실 세계의 치열한 권력다툼과 권력 이동을 상당 부분 반영한 현실적 공간인 것이다. 일세를 풍미했던 홍콩 누아르의 진화형이 내면의 지옥도라는 심리적 세계를 무채색으로 표현하고 있다면, 새롭게 등장한 한국형 누아르는 현실의 세계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고민한 흔적들을 보다 생동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 동의대신문(http://www.deupress.or.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최근 인기기사
요르단 내 시리아 난민 학교 건립
꼴뚜기
거북이
산업디자인전공 27명 각종대회 수
부산진구와 지역발전포럼 창립
동문 교수 및 직원 장학금
태권도진흥재단과 업무 협약
`올해의 대학박물관' 수상
디그니타스교양교육연구소, 명사 특
[잡(JOB)서포터즈 알짜정보]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614-714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엄광로 176번지 동의대학교 상영관 3층 동의언론사 신문편집국
Tel 051-890-1792~3 | Fax 051-890-1819
Deupress.or.kr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2008 동의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eupress@de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