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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의 시네마 Talk Talk]부동산 공포
2013년 11월 14일 (목) 17:02:27 김병철(영화) 교수 deupress@deu.ac.kr

   
 대한민국에서 주택은 단순한 주거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압축적 고도성장은 부동산 시장의 팽창으로 연결되어 왔으며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은 곧 부동산 시장의 성장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져 왔다. 내 집에 대한 욕망은 기본적인 생존의 조건을 확보하려는 본능적인 욕망인 동시에 고도성장이 가져온 과실의 한 부분을 차지하려는 욕망이 된다. 특히 그 욕망의 대상이 되는 집 혹은 부동산의 양이 한정된 재화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제로섬 게임을 유발한다는 측면에서 집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신분을 나타내는 척도로서 간주되어 왔다. 즉, 우리나라에서 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그가 거주하는 지역 그리고 그가 살고 있는 집의 크기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좋은 지역의 큰 집에 산다는 것이 거주의 편의를 누리고 산다는 의미보다는 대한민국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의 정점에 가까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처럼, 낙후된 지역의 좁은 집에 산다는 것은 생활이 불편하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이 사회의 생존경쟁에서 패배하고 낙오되었다는 사실을 뜻한다.
 따라서 부동산, 특히 그 중에서도 집에 대한 욕망의 이면에는 이 사회에서 낙오되어 더 이상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지지는 않을까라는 공포가 존재한다. 부동산 혹은 집이 이러한 사회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나 좁은 국토와 많은 인구 그리고 심각한 도시 집중이라는 우리의 현실로 인해 부동산에 대한 욕망과 공포는 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부동산 혹은 집의 문제를 욕망과 공포로 연결한 작품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 정도가 그 예외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녀〉는 중산층으로의 신분상승을 과시하기 위해 2층 양옥을 건축하고 그 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가정이 깨지는 현실을 감내하는 가장의 눈물겨운 사투를 집에 얽힌 욕망과 공포를 통해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이었다. 허 정 감독의 영화 〈숨바꼭질〉은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지금 집에 대한 욕망과 공포를 장르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성수(손현주)는 그가 거주하는 화려한 아파트가 보여주는 것처럼 모든 것을 다 갖춘 성공한 사람으로 보인다. 어느 날 그에게 연락을 끊고 지내던 형의 실종 소식이 전해진다. 그는 형의 자취를 따라 지방 소도시의 낡은 아파트를 찾지만 명쾌한 단서를 찾지는 못한다. 그리고 형에 대한 이상한 감정을 드러내는 주희(문정희)의 가족을 만나게 된다. 낡고 음산한 건물과 마찬가지로 음산한 기운들을 뿜어내는 아파트의 주민들을 만나며 성수는 점차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향하는 위협과 직면하게 된다. 영화는 성수가 살고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화려한 집과 형이 살았던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낡은 아파트의 지저분한 집이라는 상반되는 두 공간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동생의 화려한 아파트와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풍기는 음산한 아파트에 사는 형의 소식이 동생에게 전해지는 순간은 완전히 분리되었던 두 공간이 접촉하는 순간이 되고 그 기이한 접촉은 곧바로 미스터리로, 그리고 공포로 전환된다. 낡은 아파트의 사람들이, 그리고 그들의 대문 앞에 그려져 있던 기이한 암호들이 성수의 아파트 단지로 옮겨오기 시작하면서 그 불안과 공포는 극에 달한다. 그 공포의 근저에는 자신이 쌓아 온 사회적 성취들을 지키려는 욕망이 존재한다. 흔히 공포영화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는 존재들은 사회적으로 배척받고, 격리되어진 타자의 모습이 변형된 것이라고 한다. `억압된 것들의 귀환'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장르적 해석은 한 사회가 정상이라고 규정한 조건들을 지키기 위해서 보통의 사람들이 감내해야 할 커다란 짐들이 그것들을 가지지 못한 타자 혹은 약자에게 적대감 혹은 공포라는 감정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말한다. 집을 가진 자와 집을 가지지 못한 자. 이 철저한 자본주의적 계급의 차이가 만들어 내는 두려움이 곧 영화 〈숨바꼭질〉이 만들어 내는 공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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