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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의 시네마 Talk Talk]영화와 현실 사이
2014년 01월 06일 (월) 14:38:15 김병철(영화)교수 deupress@deu.ac.kr

   

현실에서 그 소재를 찾는 극영화들의 수는 대단히 많은 편이다. 물론 그러한 경우에 있어서도 현실 그대로를 재현한다기보다는 현실에 존재했던 어떤 특정한 인물이나 사건 혹은 소재거리를 찾아서 영화적으로 각색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영화에서 다루는 소재나 인물 그 자체가 너무나 강렬하여서 영화가 영화 그 자체로서 평가받기 보다는 영화에서 다루는 소재나 인물이라는 관점에서 평가받는 경우가 흔히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작품 〈도가니〉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영화가 다루고 있는 소재 즉, 보호시설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와 성폭력이라는 소재의 폭발성으로 인해서 영화가 영화 그 자체로서 논의되기보다는 영화 속에서 다루어진 사건을 언급하기 위해서 논의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잘못되었다거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작품들의 경우는 영화를 영화 그 자체로서 즐기는 것보다는 특정한 사건이나 쟁점에 대해서 관심을 환기시키고 사회적 주의를 끌기 위한 것이 그 목적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 있어서도 분명한 것은 영화가 단순히 과거에 일어났던 특정한 사건에 대해서 분노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쳐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특정한 사건이 극영화라는 형식으로 변형되었을 때에는 그것이 갖는 특수성 그 자체에 주목한다기보다는 그것을 보다 보편적인 쟁점이나 의식으로 전환시켜서 논의를 확장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기 때문이다.
   
 영화 〈변호인〉은 1981년 있었던 `부림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총 22명에 달하는 학생과 교사 들을 영장 없이 체포하여 심문, 구금한 이 사건은 5공화국 최대의 용공조작 사건으로 유명하며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본격적인 인권변호사로서의 출발을 하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영화 〈변호인〉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인 세무 전문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이 알고 지내던 국밥집 아들의 변호를 맡으면서 변모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저 자신과 가족의 안위만이 목적이었던 송우석 변호사는 시국과 사회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만만치 않다'고 일갈하던 속물이었으며 학벌이 없고 재산이 없다는 것에 대한 콤플렉스로 가득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를 변화시킨 것은 거창한 대의명분이나 사회변혁에 대한 목적의식이 아니었다. 가장 기본적인 법의 정신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분노였으며, 그런 불합리한 현실에 의해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세속적인 인물이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각성하고 사회적 헌신의 삶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구조이며 많은 사람들의 정서적 반응을 일깨울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의 틀이기도 하다. 따라서 많은 관객들이 영화 〈변호인〉에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이 작품이 전직 대통령의 과거를 그렸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분명히 실제 사건과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지만,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특수한 사건과 인물의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서 보다 보편적인 의식을 다루고 있음에 분명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이 곧 국가'라는 송우석 변호사의 발언을 실제로 했는지 안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과거의 사건과 인물을 계기로 하여 가장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이야기를 호소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 당시의 문제의식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으로서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엇갈리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고인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의 정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
   
〈변호인〉 속에 등장하는 송우석 변호사가 보여주는 변화의 순간이 주는 감동과 진실성은 그 어느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한 개인의 것이라기보다는 법과 국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보편성을 획득해가는 한 인물이 주는 진실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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