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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의 시네마 Talk Talk]아카데미 영화제 이야기
2014년 03월 18일 (화) 17:18:46 김병철 (영화)교수 deupress@deu.ac.kr

   

지난 2일 미국에서는 제86회 아카데미 영화제가 열렸다. 전 세계의 많은 영화 애호가들의 관심 속에 열린 이 영화제에서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가 7관왕을 차지했고, 최고 영예라고 할 수 있는 작품상은 스티브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에게 돌아가며 막을 내렸다.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세계 3대 영화제 즉, 칸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가 국제 영화제로서 전 세계의 영화들에게 문호가 열려있는 것에 비하면 아카데미 영화제는 외국어 영화상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철저하게 미국 영화를 그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제에 쏠리는 전 세계의 관심은 이례적이기도 하고 동시에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미국영화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아카데미상을 획득한 영화의 전 세계 배급이 이루어지거나 이미 개봉이 끝난 작품의 재개봉이 이루어지는 이른바 아카데미 특수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이러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27년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MGM) 영화사의 사장인 루이스 메이어의 주도에 의해 설립된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이 상은 3,000여 명의 아카데미 회원의 전원투표에 의해 수상작이 선정되고 수상자에게는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트로피를 수여한다. 이 때문에 아카데미상은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린다. 아카데미상은 `전년도 1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에 LA 지역의 극장에서 1주일 이상 연속 상영된 70밀리 및 35밀리의 미국 및 외국의 장편, 단편 영화를 대상으로 한다'는 조건을 명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미국의 영화제임을 선포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전 세계 시장에 대한 장악력의 확대와 맞물려서 할리우드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아카데미 영화제는 전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로 급부상했다. 또한 할리우드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영화 만들기의 형식이 전 세계적인 영화의 규범으로 받아들여지게 됨에 따라서 아카데미 영화제는 단순한 영화 축제이자 시상식이라는 범주를 넘어서서 특정한 형식이나 장르가 전 세계 영화계의 보편적인 형태로 자리 잡음을 인준하는 장이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아카데미 수상작들의 면모를 살펴보는 일은 단순히 호사가들의 취미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올 해의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는 〈그래비티〉의 7개 부문 수상이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멕시코 출신이기는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할리우드에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출신이 미국이 아니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이 이민자들에 의해 건국된 나라이이기 때문에 미국이란 나라의 대표적 문화인 영화가 수많은 이민자들과 외국인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그래비티〉가 3D 영화라는 사실이다. 정체기에 들어선 영화산업의 부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환호를 받던 3D 영화는 더 이상 예전의 영화를 누리고 있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전적 할리우드의 가치를 내세우는 보수적인 아카데미 영화제가 3D 영화의 작품성을 인정했다는 것은 3D 영화가 단순히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그 이상의 존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3D 영화는 3D라는 구경거리를 넘어서 영화의 한 장르로 취급받기 시작한 것이다. 3D 영화의 붐을 이끌어낸 〈아바타〉조차도 누리지 못했던 영광을 누리게 된 〈그래비티〉는 그래서 새로운 3D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다. 〈그래비티〉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영화에서 경험하는 영화로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영화 관람의 패러다임을 제시함으로써 영화라는 매체의 틀을 조금 더 확장시킨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대표하는 아카데미 영화제가 이처럼 변화하는 영화 문화의 흐름을 인준했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영화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를 예측하게 만드는 단서를 제공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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