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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소설의 차이
2014년 09월 24일 (수) 15:38:30 김병철(영화) 교수 deupress@deu.ac.kr

 이재용 감독의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2010년대 한국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인 김애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김애란의 소설은 조로증이라는 희귀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소년과 그의 철부지 부모의 삶이라는 통속적인 신파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과도하게 독자들의 눈물을 유도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16세의 나이와 80대의 몸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가진 소년의 1인칭으로 진행되면서 죽음을 앞둔 사람 특유의 성숙하고도 깊이 있는 통찰과 16세 사춘기 소년 특유의 미숙하고 들뜬 감정 모두를 보여주면서 때로는 유쾌함을 때로는 날카로움을 그리고 때로는 삶의 슬픔을 담담하고 재치 있게 그려낸다. 통속적 소재 그리고 그것과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 깊이와 절제가 결합된 이 작품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과연 영화는 소설이 가진 이러한 장점을 얼마나 보존 혹은 발전시킬 수 있을지 혹은 그 장점을 잃어버리게 될지에 대해서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모습을 드러낸 영화는 영화와 소설이라는 유사하면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 두 매체 사이의 경계를 넘어설 때 즉, 각색이라는 과정을 거칠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특징들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보인다.
먼저 이 소설에 생기와 매력을 불어넣은 가장 큰 특징은 16세 조로증 환자 아름이의 복합적이고 깊이 있는 내면을 보여주는 1인칭 서술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김애란의 재치 넘치면서도 담담한 문체가 더해지면서 신파적 요소들은 제거되고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아름이의 내면을 묘사한다. 하지만 이것이 영화로 그대로 옮겨지게 되면 문학적 표현을 사용하는 보이스오버 나레이션이 되면서 영화 매체의 특성을 갉아먹는 주요한 요소가 된다. 즉, 영화라는 매체의 가장 큰 장점인 보여주기가 아니라 들려주기를 활용함으로써 오히려 영화적 상상력을 언어라는 틀로 가두는 단점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보이스오버 나레이션을 자제하면서도 그 틀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려고 한다. 또한, 이런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지만 원작이 갖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물론 이러한 절충적인 태도를 만들기 위해 부여한 몇 가지 에피소드는 오히려 부작용만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소설에서나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소년 아름이의 글이다. 그 중에서도 나는 다음에 태어나면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삽입한 아버지(강동원)와 영화감독 지망생의 에피소드는 원작소설과 영화가 애써서 자제하고 있는 신파적 요소를 오히려 강조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두 번째로 들 수 있는 요소는 상업성의 문제이다. 소설은 작가 개인의 산물이며 그것을 창작하기 위해 특별한 자본의 투입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경우 상업영화는 평균 30억에서 50억 사이의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결과적으로 상업영화는 투입된 자본의 회수를 위해 보다 많은 관객들의 기호와 취향에 영합해야할 필요성을 갖는다. 따라서 원작소설을 각색한 경우 영화는 소설에 비해 통속성과 자극성이 강조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작품의 경우 설정이 갖는 비극성을 드러내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일정 부분 통속성과 신파성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원작소설의 애독자인 경우는 영화의 이러한 측면에 불만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처음 영화로 이 작품을 접한 관객의 경우는 상업영화치고 영화의 과도한 자제심 때문에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로 영화가 갖는 시각적인 특징을 활용함으로써 오히려 원작소설에는 없는 새로운 느낌을 부여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배우의 얼굴을 활용함으로써 감정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문자보다 훨씬 더 즉각적이고 감성적일 수 있는 얼굴의 클로즈업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영화는 소설이 문장 하나하나를 차곡차곡 쌓아서 만든 감정의 폭을 일순간에 폭발적으로 전달하는 힘을 보여준다.
 이처럼 영화와 소설은 이야기라는 공통의 요소를 공유하면서도 매체 그 자체의 특성이 갖는 차이로 인해 유사하면서도 상이한 경험을 제공한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영화 그 자체로서의 미덕 외에도 이러한 점에서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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