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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예술가의 초상
2015년 05월 13일 (수) 17:21:53 김병철(영화) 교수 deupress@deu.ac.kr

   

찰리 시스켈,「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2007년 지역의 역사를 연구하던 젊은 역사학자는 지역 경매에서 우연히 15만장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사진들을 사게 된다. 자신의 연구에 도움이 될까해서 사게 된 필름들은 이 젊은 역사학도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그 사진들은 역사학자 존 말루프의 기대와는 달리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었다. 그저 단순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찍었다고 보기에는 사진의 수준이 너무 높았다. 사진 속의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나 생생했고, 그들 삶의 한 순간이 빛바랜 사진 속에서 섬광처럼 빛나고 있었다. 까르띠에 브레송의 작품이 보여준 것과 같은 찰나의 순간들이…. 이 사진들을 찍은 사람에 대해서는 비비안 마이어라는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강렬한 호기심에 사로잡힌 말루프는 먼저 구글을 통해서 비비안 마이어라는 정체불명의 사진작가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하지만 정보의 시대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도 비비안 마이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았던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말루프는 그녀가 남긴 사진들이 그냥 잊혀져버리기에는 너무나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이 사진들을 세상에 공개하기로 결심한 동시에 미지의 작가 비비안 마이어에 대해서 알아내고자 결심했다. 이 다큐멘터리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존 말루프의 발걸음을 따라서 미지의 작가 비비안 마이어의 모습을 찾아가는 기록이다.
 존 말루프는 힘든 수소문 과정을 통해서 비비안 마이어가 1926년 뉴욕에서 태어나 한 평생을 독신으로 유모와 가사도우미 생활을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남긴 수많은 사진들 속에는 비비안 마이어 자신의 모습들도 많았다. 껑충하게 큰 키, 단발머리, 남자셔츠, 그리고 굳은 표정. 언제나 목에 카메라를 걸고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괴하거나 기이할 정도는 아닌 그런 모습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입주 가사도우미 혹은 입주 유모의 삶을 살면서도 주변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녀의 관심은 오로지 사진으로만 향해 있었고, 아이를 돌보는 와중에도 끝없이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그녀 주변의 사람들은 그녀를 그저 사진에 좀 취미가 있는 괴짜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그 누구의 인정도 받지 못한 채 스스로의 세계 속에 틀어박혀서 세상을 찍고, 사람들을 찍었다.
 존 말루프는 처음에 그녀의 사진 작품들을 미술관 등에 전시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지만, 모두에게 외면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에 좌절하지 않고 그녀의 작품들을 블로그를 통해 전시하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통해서 그녀의 작품들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녀의 사진에 담긴 인간에 대한 통찰과 유머감각, 그리고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세밀한 통찰력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인터넷 세계에서 시작된 그녀의 인기는 현실세계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수많은 미술관 등에서 그녀의 전시회가 열렸고 역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생전에는 그 어떤 사람의 주목도 받지 못했고, 결국 홀로 외로이 생을 마감했던 비비안 마이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사진작가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과정을 찍은 존 말루프의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역시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고,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 후보에 오르기까지 했다.
 살아생전에 철저히 무명에 머무르다가 사후에 명성을 획득한 예술가는 적지 않다. 소설가 카프카, 화가 고흐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과 SNS등으로 대중들이 스스로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서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현재에도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비비안 마이어의 사례는 현대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태도와 그 반응이란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김병철(영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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