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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의 시네마 Talk Talk]진실을 밝히는 힘
2016년 03월 22일 (화) 15:16:44 김병철(영화) 교수 deupress@deu.ac.kr
   
 언제부터인가 `기레기'라는 말이 하나의 보통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기자란 단어와 쓰레기란 단어의 조합인 이 기괴한 신조어는 단순한 풍자적 의미뿐만 아니라 실제 대한민국 언론계 전반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입법, 사법, 행정의 3부와 마찬가지로 권위와 힘을 지녔다 평가받아 부여된 제 4부라는 명예로운 호칭 대신 기레기라는 치욕스런 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제대로 분석하고 파악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자료조사와 논리적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대략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데에는 그리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독자 혹은 시청자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기 위한 선정주의, 부와 권력에 대한 굴복이 아마도 그 원인일 것이다. 진실을 파헤쳐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언론 본연의 모습이 점점 흐려지고 있는 이때, 우리가 기대하는 참 언론의 모습을 그린 한 편의 영화가 있다.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스포트라이트'가 바로 그 작품이다.
 스포트라이트는 미국의 신문 보스턴글러브 지에서 심층취재를 담당하는 특별부서의 명칭이다. 무대의 특별한 한 부분만을 밝혀주는 조명이란 의미에 걸맞게 이 부서는 특정사안에 대해 장기간 심층취재로 깊이 있는 기사를 내면서 명성을 얻었다. 2001년 새로운 편집장의 취임을 계기로 스포트라이트 팀은 그동안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유야무야되어왔던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집중적으로 취재하게 된다.
 평생 독신과 순결을 서약한 사제들의 성추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과 파장을 불러일으킬만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 팀의 취재를 통해서 이 문제가 단순한 추행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즉 사제들의 성추행은 생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가톨릭교회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진실을 밝히려는 스포트라이트 팀의 노력은 지역 사회에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가톨릭교회와 유력자들의 조직적인 방해에 직면하게 된다.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이라는 사건은 언론의 구미를 당길만한 선정적 요소로 가득하다. 아동 성추행은 관객들의 말초적 감수성에 호소할만한 선정성을 담고 있으며, 희생자들의 파괴된 삶은 관객들의 눈물을 자극할만한 감상적 요소들이 가득하다. 또한 이 사건을 파헤치는 기자들의 집요한 취재는 거대한 악과 맞서는 현대적 영웅담으로 그려낼 여지가 충분하다. 다시 말하자면 이 영화는 관객들의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할 요소들로 가득한 셈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취함으로써 기레기들의 모습과는 다른 진정한 언론의 모습을 그린다.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이라는 사건을 그리는 것이 아닌 그 사건을 취재하는 스포트라이트 팀의 모습을 다루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 흔한 플래쉬백 한 번 등장시키지 않으면서 냉정하게 취재과정을 다룬다. 성추행 사건들로 관객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을 시스템의 문제로 확장시킴으로써 스포트라이트 팀의 냉정하고 거시적인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기자를 영웅의 모습으로 그리지 않고 과오를 저지를 수 있는 약점 있는 인간으로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를 언론인으로서의 신념과 믿음, 팀플레이라는 조직적 행동으로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영화의 스타일 역시 이러한 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 촬영과 편집 그리고 미장센은 철저하게 그 자체로서 두드러지지 않는 평범함을 유지하고 있다. 마이클 키튼(팀장 역),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와 같은 유명배우들 역시 자신들의 개성을 내세우기보다는 보편적 평범함을 보여주며 팀으로서의 큰 모습을 그려낸다. 이러한 평범함의 조화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이 작품은 언론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이 시대에 우리가 언론에 기대하는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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